!! 장세비 앨범

어린날의 추억

장쌤 미술 2006. 9. 1. 10:56

고향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밤을 설쳤었다.

새벽 첫 차를 타고 5시간반 동안 달리는 버스안에서 여러 생각에 사로 잡혔다.

 

먼저 선생님을 찾아 뵙고 난 후, 막차까지 약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어린 내가 살았던 '까치고개'에 찾아가보자! ...  "

 

고3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를 믿기지 않는 듯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 하시며 세월을 말씀하신다.

말씀 도중에 존댓말까지 쓰시니.. ㅎㅎ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학교를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까치고개요~"

낯설음은 왜 일까?... 시간이 이 모든것을 조금씩 변하게 했을까?..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던 어린시절..(너무 가난하여 전세 계약에 따라 옮겨 다님)

당시엔 시내와 떨어져서 변수리였던 백운동.

학교앞 맞은편에 위치한 우리집은 좁디 좁은 골목에 들어서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했던

꼭대기의 막다른 집이였다.

 

나의 추억... 나의 고향.. 나의 어린시절..

백운 초교 맞은편 도로변에서 근처를 서성이다가 우연히 이 골목을 찾게 되었다.. (감동 감동^^)

우측 저 철제 대문과 왼편의 벽돌,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였다.

어쩜 한치의 변화도 없이 골목 입구의 모습이 그대로였다.

아~ 바닥의 시멘트 길도...

 

 

 

 

골목길 따라 걸어들어가면서 울컥 - -;;

6학년때 등하교를 했던 그 기분에 사로 잡혔다.

 

 

 

울통불통 가파른길.. 겨울이면 신발이 미끌려 벽을 짚고  올라 갔던 기억...

 

어느 집 담에 몸을 의지하고 앉아 골목 아이들과 딱지 놀이,  구슬 치기 놀이에 열중하던

골목의 아이들이 보이는듯 하다... 

 

이쁜 만화 케릭터 메모지를 모았던 나는,

어느날 무슨 고집에 그랬을까?..

메리야스 상자에 가득 모아 둔 메모지를 울면서 다 찢어 버렸다.

그날!!

어머니에게 종아리를 맞았다.

바로 저 꼭대기 막다른 상하방(우측 흰 타일이 있는 집)에서....

 

(상하방이란 - 방 중간에 미닫이 문을 달아 방을 상, 하로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당시의 가난한 서민들의 방, 지금의 보통 안방 규모의 방에 문을 설치하여

2칸으로 사용하였다)

 

 

 

어릴적 살았던 집..  흰색타일과 하늘색 타일이 무척이나 반갑다

아~ 내가 살았던 집 ^^

휴~~

 

우측 옆에 주인집은 칼로 자른듯 형태를 찾아 볼 수가 없고..

주인 집 딸이였던 화정이는?  아저씨는 건강하실까?  아줌마는?..

참 그 아이 오빠도 있었다.

대문 옆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문 열어서 창피함을 느끼게 했지 ..ㅎ

- 화장실 문고리 없었나? 황당!

 

 

 

 

뒤로 돌아 부엌으로 갔었던 통로.

왜 그리 가난하고 어려웠을까?

지금보니 우리집 안방보다 더 작은 방.. 이곳에서 친할머니까지 모셨으니..

 

 

 

책 한 권 제대로 사준적이 없던 우리 어머니

시내로 1시간 거리 헌 책방에서 자습서를 구해야만 했었다.

 

책을 읽기 위해 시립 도서관으로

안채의 화정이 방으로 몰래 기어 들어 갔었다. ^^*

비좁은 우리집 방에 비하면 화정이 방은 예쁘고 깨끗 했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화정이 방에서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기도...

주인 아줌마의 문여는 소리에...

민망한 몸 일으켜 세워 구석 모퉁이 우리 집으로 건너 갔던 날...그 이후로 책을 빌려 봤었다 ^^

 

 

 

아이들도 그 집의 어른들도... 다 떠나버린 이 곳..

이제 아파트가 들어설거라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골목 앞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었다.

.......

추억은 추억일뿐인가? 

도로에서 불러 보았다.

화정아~~ 화정아~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련함 가득한 여행길..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는 제자로 살아가는 모습 보여 드려야지

先義人 後進力 급훈이 내 좌우명이 되었으니 말이다. ^^